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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83년만에 폐원` 끝내 울음 터트린 간호사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3년 08월 31일 23시 45분
↑↑ 서울백병원 진료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의료진 등 교직원들이 폐원 전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친 뒤 슬픔을 나누고 있다.
ⓒ 옴부즈맨뉴스

[서울, 옴부즈맨뉴스] 김몽수 취재본부장 =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개원한 이후 83년간 진료를 이어온 서울백병원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진료를 마치고 폐원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이 31일 공식적으로 진료를 종료했다. 지난 6월 20일 이사회의 폐원 결정 이후 72일 만이다. 이로써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을 시작으로 83년간 명맥을 이어온 서울백병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점심시간 찾은 서울백병원 1층 수납 창구는 다른 날과 달리 의무기록과 영상 CD 등 서류를 발급하려는 환자들로 붐볐다. 창구 옆 순번 대기표를 뽑는 기기에는 접수, 입원, 퇴원의 대기인원은 0인 반면 서류 발급만을 위한 '통합발급센터'의 대기인원은 10명이나 됐다. "진짜 문 닫는 게 맞느냐" "다음에 서류를 뽑으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환자들의 질문에 창구 직원들은 연신 진땀을 뺐다.

교직원들은 착잡한 얼굴로 짐을 옮기거나 서로의 거취를 물었다. 병원 정문과 진료실, 검사실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교직원도 적지 않았다. 내과 병동에서 인연을 맺은 동료들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촬영에 나섰다는 간호사 A씨는 "10년 넘게 한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좋은 동료들 덕분"이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바이러스처럼 퍼지면서 함께 촬영에 나선 이들 모두 눈이 붓고, 코끝이 빨갛게 변한 채로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 서울백병원 1층에 설치된 순번대기표에 의료관련 서류 발급을 위한 통합발급센터 대기인원이 10명이라 떠 있다. 서울백병원은 의무기록과 영상CD 등 의료서류 발급을 위한 통합발급센터는 폐원 후에도 계속 운영한다고 밝혔다.
ⓒ 옴부즈맨뉴스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도심 공동화 현상과 대규모 병원의 잇따른 개원 등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2004년 73억원의 의료 손실을 시작으로 20여년 간 쌓인 적자만 1745억원에 달한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직원 감축과 병상 수 축소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그럴수록 의료 경쟁력이 악화해 환자 발길이 끊기는 악순환에 빠졌다. 병원 재단인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는 폐원 결정 후 낸 보도자료에서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4차례에 걸쳐 외부 기관의 경영 컨설팅을 진행했지만 모두 △종합병원 유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 및 요양 거주시설 등 어떤 의료사업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의 폐원 결정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된 의사(교수)와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 등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교직원들은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 상계·일산백병원이 아닌 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발령을 받을 것이란 소식에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29일 자로 약 250여명의 교직원 중 60%는 실제 부산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오는 4일부터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한 간호사는 "일방적인 통보로 하루 만에 삶의 터전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며 "퇴직한 사람도 있고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지 않고 버티겠다는 직원도 많다"고 전했다. 병원 내부에는 이런 이사회 폐원 결정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플래카드와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있다.

↑↑ 31일 서울백병원 1층 로비에 설치된 백병원 창립자 백인제 박사의 흉상 옆에 폐원 반대 내용이 담긴 '백인제 박사의 통곡'이란 글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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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거부감이 컸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가정의학과 교수)은 "많게는 10년 이상 관계를 맺고 치료받던 의사를 떠나 새로운 병원, 새로운 의사를 찾으라 환자를 떠미는 게 말이 되는 처사인가"라며 "최소한 담당 의사가 어느 병원으로 갈지 발령 낸 후에 환자가 교수를 따라가거나, 새로운 병원을 찾도록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분노했다. 간호사, 일반직과 달리 의사들의 거취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교수협의회는 마지막 날까지 진료의뢰서를 받지 못한 환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며 "환자의 불이익과 불편함을 외면한 채 위법으로 진료 종료를 통보"했다는 이유로 상임이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재단과 교직원들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백병원 소속 교수 24명과 직원 240명이 "폐원 결정 과정이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불법"이라며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교직원의 전보 이후 나올 예정인데다, 이미 타 대학병원으로 이직한 의사도 있어 설령 폐원이 번복된다 해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의료 역량을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백병원 부지 활용 방안도 아직 안개 속이다. 서울시가 의료 공백과 감염병 대응을 이유로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면 서울백병원 부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쓰일 수 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아직 부지 활용 방안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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