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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공황장애 청년의 죽음.. 우리는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아버지 장애인 임대아파트 살다 사후 SH ‘강제퇴거명령’ 받아...
‘복지 사각지대’의 스물여섯 청춘, 그는 갈 곳이 없었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16년 06월 13일 11시 59분
↑↑ 아파트 강제 퇴거명령은 한 공황장애 청년을 죽음으로 내 몰았다.(사진 출처 : 국민일보)
ⓒ 옴부즈맨뉴스

[서울, 옴부즈맨뉴스] 서영철 취재본부장 = 지난 3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이모(26)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싸늘한 주검이 된 그를 발견한 건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경비원 김모(74)씨는 이날 새벽 출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평소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던 이씨였다. 이씨는 “보고 싶어서 좋아하는 막걸리 사두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김씨는 육개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들고 이씨 집을 찾았다. 밥을 먹던 이씨는 갑자기 일어나서 눈물을 흘리며 김씨의 애창곡을 불렀다. 그게 김씨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저녁 무렵 김씨가 다시 찾았을 때는 이씨는 이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12일 “아파트 퇴거 통보를 받은 뒤 이씨가 심리적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집 거실에선 ‘아버지 기초수급자’ ‘전입X’ ‘관리사무소에선 X’ 등이 쓰인 메모가 발견됐다.

조부모와 함께 살았던 이씨는 2014년 10월 아버지의 임대아파트로 옮겼다. 중증장애인인 이씨의 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매월 나오는 78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공황장애를 앓는 이씨는 근로능력이 없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해도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살림을 합치고 6개월 만에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어들까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던 게 발목을 잡았다.

이씨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3주가 지난 지난해 3월 말 전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임대아파트 계약기간이 끝나자 SH공사는 이씨에게 ‘재계약 불가’ 판정을 내렸다. 전입신고를 뒤늦게 해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오갈 데 없는 이씨는 그냥 버텼다. SH공사는 지난해 12월 1일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 다급해진 이씨는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권익위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입신고 이전부터 살았다는 것을 증빙할 자료가 없었다. 교통비 내역이나 근처 마트에서 계산한 영수증 등을 요구했지만 없다고 했다”며 “공황장애에 대한 병원 진단서 등도 요구했지만 없다고 했다. 결국 지난 3월 28일 이씨에게 퇴거 명령을 받아들이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제퇴거 집행을 요청했다. 지난달 28일 이씨는 법원으로부터 자진퇴거를 요구하는 소장을 받았다. 이씨는 소장을 받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죽음 뒤에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제도가 있다고 지목한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조모 국장은 “이씨가 전입신고를 했다면 아버지의 수급비가 삭감되거나 박탈될 수 있는 구조였다”며 “이씨처럼 가족이 함께 살아도 수급비 삭감이 두려워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모 국장은 “현행 부양의무자 제도는 본인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조금이라도 덜 힘든’ 사람이 ‘더 힘든’ 사람을 부양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아버지 부양이 힘든 형편이었지만, 법률상으로는 이씨가 아버지를 부양해야만 하는 구조였던 셈이다. 

부양의무자 제도가 낳은 대표적 비극이 2014년 2월에 빚어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이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법이 제정된 뒤 부양의무자 범위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현재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의 혈족'으로 축소됐다.

19대 국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기 또는 대폭 완화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김호중 공동대표(사회복지사)는 “현실성이 없는 수급자 정책이 빚은 비극이라며, 부양의무자의 법적 강제로 실제 영세민을 구제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16년 06월 13일 1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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