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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위험한 사초, 위험한 회고록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17년 10월 11일
↑↑ 본지 주필 김우일 대우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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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재판부의 출판 및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그 한계를 넘어 5.18 민주화운동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적시했다. 대통령 또는 고위공직에 있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자서전 아니면 회고록을 편찬하여 무엇인가 시사하려고 한다.

자서전은 개인의 감정을 섞어 개인사 위주로 기술하는 반면, 회고록은 경험, 목격담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 까닭에 자서전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회고록은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회고록을 보는 국민들은 진실로 착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왜곡된 역사의 진실이 언젠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크다. 진실인 양 왜곡된 회고록을 이용하여, 반대여론을 조작, 선동케 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보수, 진보성향의 정치싸움에 악용되어 보복전을 펼치는 중요한 촉발제가 될 수 있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이 붓 싸움에 불과한 기록물이 결국, 피비린내 나는 살육보복정치를 가져온 선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498년 조선 연산군 때 일어난 무오사화다. 당시 조정에는 신진세력인 사림파와 기득권 세력인 훈구파가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수세에 몰린 훈구파가 공격의 빌미를 찾던 중, 사림파인 김일손이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으로 있을 때, 스승인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을 사초에 기록했다. 조의제문은 김종직이 자다가 우연히 꿈에 옛날 중국의 초나라 때 권력자인 항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초나라 회왕(의제)을 만났고 이때 깨달은 바가 있어 의제를 위로하는 조문을 지었던 것이다.

이 사초에 기록된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보고 절치부심하던 훈구파들은 쾌재를 불렀다. 이 조의제문은 연산군의 할아버지인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것을 맞대놓고 비유해 세조를 비난하고 단종을 위로한 것이라고 훈구파는 사림파를 모함했다. 즉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을, 항우에게 죽임을 당한 의제로 묘사한 것처럼 억지 주장한 것이다.

실상 김종직은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를 때 그에 협력한 신하였기에 세조를 비난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연히 꿈에 나타난 죽은 의제에 대한 조문을 지은 것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반격을 노리던 훈구파는 이를 “사림파인 김종직, 김일손 등이 이 조문을 구태여 조선의 사초에 기록한 것은 세조를 헐뜯은 대역부도한 것”이라고 왜곡 주장하여 많은 사림파 유신들이 죽임을 당하고 이미 죽은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했다. 단순한 기록물인 사초를 빌미로 반대파에 대한 보복전의 무기로 삼았던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진실공정하게 기록하는 사초도 슬쩍 비틀면 다른 개념으로 둔갑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반대파들에게는 좋은 무기가 되는 법이다. 하물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기록물은 정말로 위험천만한 물건일 수밖에 없다. 반드시 원상복구하려는 대상효과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뼈아픈 부분의 하나인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각종진술, 근거 자료, 재판을 통해 폭동이 아닌 군사독재에 대항하는 자위적 민주행동으로 인정됐고 국민 대부분이 이에 동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촛불혁명에 의해 보수인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키고 새롭게 태어난 진보성향의 문재인 정부 초반에 이런 왜곡된 역사궤변의 회고록을 펴내 또 다시 보수, 진보세력의 정치권 싸움을 점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과거 위험한 사초의 비극적 참화를 생생하게 바라봤듯이, 위험한 회고록이 또 다시 비극적 참화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특정세력에서 무작정 가짜뉴스를 기록물로 배포 선전하여 혹세무민하려는 여러 상황을 눈여겨 봐왔다.

스쳐가는 찌라시 정보도 기록물로 위장되면 그걸 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만큼 기록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실인 양 믿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일국의 통치권을 행사했던 한때의 대통령이 회고록이라는 미명하에 진실을 호도하고 거짓주장을 한다면 이는 회고록이 아니라 변명록에 지나치지 않는다. 이 변명록에 불과한 회고록으로 또 다시 민중의 희생이 초래된다면 이 어찌 하늘을 쳐다볼 수 있을까.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17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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