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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성지가 된 사천, 경찰서장·檢수사관·軍법원장까지 전 시장 아들이 쥐락펴락..

前 사천시장 아들 지역 명망가의 뇌물 공여 도(度)를 넘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0년 03월 21일 08시 53분
↑↑ 전 사천시장의 아들 정모씨가 사업 확장을 위해 지역 명망가에게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사진 = 인터넷 캡처)
ⓒ 옴부즈맨뉴스

[사천, 옴부즈맨뉴스] 노익 취재본부장 = 경남 사천시의 전 시장 아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지역 명망가에게 전방위 뇌물을 공여한 사건일 일어나 시민을 경악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위사업청에 한 통의 진정서가 제출됐다. 경남 사천에 있는 식품 기업 M사 대표 정모(46)씨가 회삿돈을 빼돌린 뒤 이 중 일부를 군납 등을 위한 뇌물로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이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었다. 고등군사법원은 군내 최고(最高) 사법기관으로, 고등군사법원장은 군 법무병과 수뇌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정씨 역시 지역 명망가로 알려진 이다. 정씨 부친은 경남 사천 시장을 두 차례 지냈고, M사는 그가 사업을 맡은 후 성장을 계속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이 때문에 처음엔 의혹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이름이 알려진 두 사람이 쉽게 돈을 주고받겠느냐는 것이다. 이 전 법원장은 군내 신망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과 혐의는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뇌물 대상에는 군뿐 아니라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 이름이 차례로 올랐다. 정씨는 조폭을 동원해 민간인을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 이 자리에 현직 경찰관이 동원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씨는 이 전 법원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금과 현직 경찰 동원 등은 수사 결과를 부인한다. 경남 사천에서 벌어진 일을 구체적으로 추론해 본다.

▲ 군·검·경에 뇌물

정씨가 M사를 부친에게서 이어받은 것은 지난 2008년이다. 그가 사업에 손을 대고 70억원가량이던 M사 연 매출은 2018년 260억 원가량으로 늘었다. 10년 새 회사 몸집을 4배로 키운 것이다. M사 성장은 군납 부문과 대형 마트 관련 매출이 늘어난 덕이었다. 2014년 45억원이던 군납 매출은 2017년 70억원으로 늘었고, 대형 마트 관련 매출은 2015년 50억원에서 2018년 130억원으로 증가했다. 식품 업계에서 이런 속도의 성장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는 포장 자동화, 영업 판로 개척, 직원 교육 확대 등 매출 증가의 다양한 이유를 언론에 소개했다. 30대 젊은 나이, 입대 전날까지 회사에 나와 걸레질을 했다는 이야기 등이 덧붙여지며 성공한 2세 기업인으로 불렸다.

그러나 검찰은 횡령과 뇌물 등이 회사를 키운 힘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어묵을 거래했는데 감자튀김을 거래한 것처럼 품목을 위조하거나, 허위 계산서를 발행하고, 무자료 거래를 하는 방식 등을 통해 군납 사업을 따내고 회삿돈 6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횡령 자금 중 일부를 군, 경찰, 검찰에 건넸다는 혐의도 있다. 군납 편의를 봐달라거나 불량 어묵을 납품하다 적발된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대가로 이 전 법원장에게 621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식사 자리에서 현금을 건네거나, 차명 계좌로 송금하고, 통장을 통째로 넘겨주기도 했다고 한다. 문모 전 급양대장에게도 군납 관련 편의를 받는 대가로 약 870만원의 금품을 준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는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돈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식품위생법 위반 관련사건 등으로 검찰과 경찰이 자신을 조사하는 상황에 몰리자 최모 전 사천경찰서장, 통영지청 이모 수사계장에게 각각 1090여만원과 250여만원을 각각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경찰은 M사 관련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내사만 한 뒤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남의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M사 성장은 군납 편의를 봐주는 큰손과 불법을 눈감아 준 수사기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했다.

▲ 중간 배달역 고교 동창생

정 전 대표와 이 전 법원장은 연결고리가 없다. 돈이 있다고 해도 마음대로 줄 수 있는 것도, 반대로 덥석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한 것은 M사 관계사인 G사 대표 장모씨다. 장씨는 군 장교 출신으로 정씨와는 고교 동창이다. M사가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은 시점도 장씨가 G사 대표를 맡은 2014년 이후다.

이 전 법원장과 장씨는 형·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정씨 측은 돈 준비는 정씨가 했지만 건네는 것은 장씨가 했다고 주장한다. 셋의 식사 자리에서 정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 전달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 사고 논란도 있다. 정씨 측은 "돈을 건네려던 것은 인정하지만, 이 전 법원장에게 직접 건넨 것은 보지 못했다"며 "장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장씨 측은 정씨가 시키는 대로 돈을 건네는 역할만 했다고 반박한다.

한 몸처럼 움직였던 두 사람 관계는 경남 진주에 병원 장례식장 설립을 준비하면서 벌어졌다. 정씨는 지난해 2월 보증금이 42억원인 병원 장례식장 임대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중도금으로 20억 원을 냈다. 둘은 자금력을 인정받는 정씨 명의로 계약을 하면 계약 가격이 높아질 것을 염려해 장씨 명의로 계약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소유와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정씨 측은 자신의 회사에서 장씨가 20여억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장씨 측이 방위사업청에 진정을 시작으로 고소전으로 맞불을 놓으며 뇌물 등 비위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 경찰이 조폭과 민간인 감금 자리에 조폭·경감 배석

본청 수사 관계자들이 격분한 것은 군, 검찰, 경찰 일부 관계자가 M사 직원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장씨의 횡령을 입증하겠다며 G사 본부장 노모씨를 경남 진주로 불러와 10시간가량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이 자리에 허모씨와 강모씨 등 조폭뿐 아니라 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이모 경감도 함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감은 조폭 강씨의 전화를 받고 노씨가 감금된 사무실에 와 횡령 관련 고소장을 직접 작성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노씨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정씨 등이 불러주는 대로 3억여원 횡령을 자술하는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이 경감이 8페이지에 달하는 고소장을 조서 쓰듯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이 경감은 이달 초 직위 해제됐다.

그러나 이 경감은 "범죄 첩보가 있다는 말에 그곳에 간 것은 맞지만, 노씨를 본 적이 없고 부적절하다 생각해 자리를 피했다"며 "고소장을 작성한 것은 전직 경찰 최모씨"라고 했다. 그는 "범죄사실로 기록된 시간에 자신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며 "면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 경감은 장씨 측이 현직 경찰인 자신을 엮어 문제 삼으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정씨 측 역시 "노씨를 부른 곳은 앞이 통유리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며, 강씨·허씨 등도 노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라며 감금이나 강요는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그러나 감금이 있었고 이 경감 등장이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한 정씨 측에서 일종의 '배우'를 내세운 것으로 본다. 전직 경찰관 최씨가 이 경감 역할을 한 것처럼 가장해 문제 소지를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씨가 고소장을 작성했다고 보기엔 그가 모르는 부분이 많고, 관련자 진술과 증거도 이 경감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경감에 대한 수사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맡았다. 보통 경무관 이상을 수사하지만 수사 공정성을 위해 이례적으로 관련 수사를 맡은 것이다. 경찰은 이 경감의 강요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수 증거를 확보해 그를 이달 초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조용하기만 했던 인구 10만 남짓한 남도의 항구 도시 사천에서 우리 사회의 ‘악의 축’을 보는 것 같아 씁쓰름하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0년 03월 21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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