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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참사`에 세 딸 잃는 정광진 변호사 향년 85세 별세, 평생 장학사업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3년 05월 20일 23시 01분
↑↑ 고 정광진 변호사 가족사진 (사진 = MBC 방영 캡처)
ⓒ 옴부즈맨뉴스

[서울, 옴부즈맨뉴스] 방승녀 취재본부장 = 28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세 딸을 잃은 뒤 일평생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온 한 원로 변호사가 어젯밤 별세했다.

고인은 자녀를 셋이나 앞세워 보낸 참척의 고통을 나눔의 보람으로 승화시켰던 사람이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무려 502명이 숨졌다. 이 악몽의 현장에서 세 딸을 한꺼번에 잃었던 정광진 변호사가 어젯밤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폐렴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1963년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재직했던 정 변호사는 1978년 갑자기 법복을 벗었다.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큰딸을 뒷바라지하려, 변호사로 개업했다.

시력을 되살리긴 쉽지 않았지만, 미국 유학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딸은 모교인 서울맹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그렇게 꿈을 키우기 시작한 지 겨우 9개월째 되던 어느 날 집에서 쓸 물건들을 사겠다고 두 여동생과 삼풍백화점에 갔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이정희 부인은 1995년 7월 "이런 일은 남들한테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지, 나한테 있으리라고는 생각 한 번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엄청나요."라고 말했었다.

당시 이들은 모두 20대였다.

고 정광진 변호사도 1995년 7월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봉사도 못 하고, 자기들 뜻을 펴지도 못하고 간 게 부모로서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거죠."라고 말했었다.

졸지에 세 딸을 앞세워 보내고도 정 변호사는 슬픔을 억누르며 딸의 유지를 묵묵히 이어갔다.

보상금 7억 원에 개인 재산까지 보태 13억 원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딸의 모교이자 첫 직장이었던 서울맹학교에 모두 기증했다.

고 정광진 변호사 1996년 6월 '삼풍 참사' 이듬해에 "지금 윤민이(큰딸)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런 일 하는 거를 좋아할 거 같으니까 아빠가 열심히 해주는 거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못다 이룬 큰딸의 꿈을 이어받아 나눔의 삶에 일생을 바쳤던 아버지는, 다시 딸들의 곁으로 떠났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3년 05월 20일 2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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