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에어 필립` 항공사 엄일석 회장, 사기 前科 다단계 업자..구속 중
'에어 필립'는 감옥에 불시착 한심스런 정계,관계,재계.변호사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 입력 : 2019년 02월 02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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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일석씨는 ‘존경하는 회장님’ 또는 ‘사기꾼’으로 불린다.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으로 어느 쪽이 진실인지 가려진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엄씨가 영장 실질 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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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옴부즈맨뉴스] 이용면.박형도 취재본부장 = 지난해 6월 29일 평소 한산하던 광주공항에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항공사 최초 호남에 본사를 둔 '에어필립'의 취항식이 열린 날이었다.
광주시 부시장, 바른미래당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지역의 정·재계 인사, 에어필립의 모델 다니엘 헤니 등이 참석하며 인산인해를 이룬 것이다.
에어필립을 만든 엄일석(52) 대표는 호남의 신흥 기업인이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회사인 '필립에셋'을 모체로 엔터테인먼트, 손대기 어렵다는 항공업까지 진출하며 발을 넓혔다. 항공사의 고객센터 직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선발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 공헌했다는 평도 들었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30대 중반 광주에 왔지만 '엄 회장'이라면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많았다. 엄씨는 항공사 이름에도 광주를 넣고 싶다며 '호남인들의 사랑'이라는 표현을 달았다.
그러나 그는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는 다단계 업자였다. 수사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수면 아래에 피라미드형 판매망을 만들고 수천 명이 속한 먹이사슬로부터 돈을 거둬들였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예 항공사를 설립해 수면 위에서도 버젓이 기업인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광주지검이 엄씨를 본격적으로 수사 선상에 올린 것도 항공사 취항식이 있은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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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열린 에어필립의 취항식. 엄일석(오른쪽에서 넷째)씨와 지역 정·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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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위 정보로 장외주 팔아
엄씨가 필립에셋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식을 판매한 것은 2016년부터다. 장외주식은 코스피나 코스닥에 등록되지 않은 비상장 업체의 주식. 상장 업체와 달리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회계 정보도 깜깜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반인이 투자하기 쉽지 않다.
엄씨는 조직을 매니저, 팀장, 이사, 국장, 본부장 등 직책으로 나눠 판매망을 만들었다. 매출 5000만원 이상이면 팀장, 3억원 이상이면 국장, 5억원 이상이면 본부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게 하고 직급별로 수수료를 차등 지급했다.
누군가 주식을 살 때마다 앉아서 돈이 쌓이는 구조라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을 계속해 끌어들이는 전형적 다단계 망이 만들어졌다.
엄씨가 이런 식으로 관리한 다단계 조직원만 전국에 9000여 명. 2억 원가량을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딜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주위 몇 사람을 끌어들인 것이 제일 분통이 터지고 미안하다"고 했다.
투자자들을 꾄 미끼는 '상장'과 '바이오'였다. 조만간 상장 계획이 있다거나 신약을 개발한다는 식의 정보를 주며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애초에 확인할 수 없는 정보였지만 고수익에 현혹돼 주식을 샀다. 한 투자자는 "딜러가 최소 30%에서 많게는 1000% 수익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엄씨는 53개 비상장사의 주식을 1587억원에 사들인 다음 3767억원에 투자자에게 되팔았다. 엄씨가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판 주식은 상장이나 신약 개발과는 관계가 없는 회사들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애초 시장에 주식을 내놓는 비상장 기업이 적고 알짜 기업이라면 더욱 구하기 어렵다"며 "자본 잠식 상태나 적자로 운영되는 회사 주식을 구입해 소설 같은 이야기를 붙여 판매한 것"이라고 했다.
▲ 학력 위조, 다수의 전과
투자자들이 이 같은 맹탕 정보를 믿은 이유는 엄씨의 배경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엄씨는 장외주식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강연회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2017년에는 관련 저서도 펴냈다.
지역 언론에선 그의 성공 스토리가 수차례 인터뷰화 됐고 한 경제 방송에선 아예 그의 이름을 건 주식 방송까지 만들어져 전파를 탔다. 기자가 만난 상당수 투자 피해자들이 "방송까지 나오는 사람이 사기로 주식을 팔지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정상적인 기업인이나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을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론 지방대 출신이다. 검찰이 수사 초기 한 일이 연세대에서 이를 확인받는 일이었다. 엄씨는 일전에도 다단계업을 하다 적발되는 등 여러 사기 전과도 있었다.
검찰은 엄씨가 항공사를 설립한 것도 사기 행위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엄씨가 판매한 비상장 주식 목록엔 에어필립도 있었다. 그는 2016년 헬기 운송 사업체 '블루 에어'를 인수한 뒤 자본금을 늘려 에어필립을 만들었는데, 주당 500원에 산 뒤 이를 12배 이상 가격에 팔았다.
검찰 관계자는 "항공사가 정상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준 후 고가에 주식을 팔려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에어필립이 운행한 광주, 김포 노선은 이용객 수가 많지 않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에어필립은 광주와 제주 노선 등을 운항 중이지만 직원 월급 지급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엄씨는 대형 법무법인과 전관 변호사 등을 대거 선임했다. 엄씨 사건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만 26명이다.
엄씨 측은 "비상장주식 거래의 경우 관련법이 미비해 오해가 불거진 것"이라며 "정량적이고 계량적으로 주식을 선별해왔기 때문에 재판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 피해자 구제 어떻게
광주지검은 엄씨가 팔아 치운 3767억원의 주식 중 563억원가량을 사기적 부정 거래로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돈을 회수하려면 사기가 입증되고 엄씨에게 남은 자산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엄씨가 재산을 은닉한 것은 아닌지 살피고 있다. 엄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한 뒤 그 사이 아내와 이혼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허정 광주지검 특수부장은 "유죄가 확정돼도 피해를 변제받으려면 돈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추징 보전 등 범죄 수익을 찾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필립에셋의 보유 유가증권 등 67억 원가량을 추징 보전한 상태다.
사기 거래는 형사 재판으로 유죄가 입증되더라도 돈을 돌려받으려면 별도의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절차가 길고 복잡한 데다 변호사 비용 등을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형사배상명령 신청이다.
별도의 민사 절차 없이 피해자가 배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일 때 법원에 신청하면 된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형사 건은 상대적으로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사기 사건 등에선 형사배상명령 신청을 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검찰은 추가 처벌자를 선별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다단계 사건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처벌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주요 결정 사안이다. 6개월간 114명을 조사한 검찰은 10억 원 이상 이득을 챙긴 본부장급 이상만 처벌한 상태다.
그러나 본부장급 이하 직원 중에서도 업체만 바꿔 계속해 다단계업에 종사하며 피해자를 만드는 이도 있다. 기소된 이 중 2명 역시 다른 다단계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허 특수부장은 "다단계 업체에서 일했다는 전력을 남기면 앞으로의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추가 처벌자를 선별하고 있다"고 했다. |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  입력 : 2019년 02월 02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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