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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FC 이승모가 28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와의 경기 중 공중볼을 다투다 중심을 잃은채 머리부터 그라운드에 부딪히며 넘어졌다. 이승모가 일어나지 못하자 주심과 동료들이 급히 상태를 살피고 있다. 2018.11.28.(사진 = 옴부즈맨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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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옴부즈맨뉴스] 유용남 축구전문기자 = 김희곤(33) 주심은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 광주의 K리그2 준플레이오프를 관장했다. 승격이 걸린 중요한 일정이라 K리그1 소속의 김 주심이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김 주심은 ‘큰 일’을 경험했다.
문제의 장면은 선수들 몸이 풀리기도 전인 전반 2분 발생했다. 광주 미드필더 이승모가 공중볼을 경합하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어 목이 꺾인 채로 위험하게 피치에 쓰러졌다.
김 주심은 상황을 인지하고 빠르게 달려가는 동시에 광주 의료진을 호출했다. 자신은 이승모의 기도를 확보하고 의료진이 원활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김 주심은 “떨어질 때 이미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매뉴얼대로 빠르게 의료진을 투입해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저는 선수의 기도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는데 떨어질 때 목이 꺾여 조심스러웠다. 이승모의 입이 자꾸 다물어져 입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주심이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이승모는 의식을 잃은지 2분 만에 깨어났고, 4분 만에 구급차에 실려 인근 응급실로 호송됐다. 정밀검진 결과 경추 쪽에 실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의 공헌도 컸지만 김 주심의 노련한 운영이 아니었다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김 주심은 “저는 기도를 확보하고, 초조하게 의료진의 조치를 지켜봤는데 잠시 후에 이승모의 숨이 터지는 게 보였다. 의료진이 ‘여기가 어디냐’, ‘누구랑 게임 하냐’ 등의 질문을 하니 다 답을 하더라.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라고 말했다.
망설임 없이 김 주심이 대응한 배경에는 꾸준한 교육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심판들에게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꾸준하게 가르치고 있다.
김 주심은 “굉장히 무서운 상황이긴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주심이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평소 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처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김 주심은 비슷한 일을 3년 전에도 당한 적이 있다. 2015년5월16일 수원과 제주의 경기에서 정영총이 강수일과 충돌해 의식을 잃었다. 당시에도 김 주심은 원활하게 선수의 치료를 도와 큰 사고를 막았다. 김 주심은 “그때도 전반 2분에 상황이 발생했다. 비슷한 장면이었지만 이번 이승모 케이스가 더 심각하기는 했다”라며 “과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침착하게 대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승모가 쓰러진 후 광주 선수들은 크게 동요했다. 일부 선수는 대전 선수들에게 항의하며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당시 김 주심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김 주심은 “광주 선수들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지만 대전 선수가 고의로 그렇게 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선수들을 모아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침착하게 경기에 집중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선수들도 잘 따라줬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건은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승모와 김 주심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정도였다. 김 주심은 “연락도 많이 받았다. 사실 이렇게 이슈가 될지 몰랐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심판이 그 경기에서 주심을 봤다 해도 똑같이 잘 대처했을 것이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이승모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제가 계속 응원했던 선수다. 어린 선수가 큰일을 당했는데 잘 회복해 경기장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침착하게 선수를 보호해주신 광주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 한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