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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광화문 페미니스트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불법 카메라, 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 처벌 촉구”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18년 08월 06일 08시 20분
↑↑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4일 광화문에 모인 ‘몰카 수사 규탄’ 시위대(사진 = 옴부즈맨뉴스 박윤수 기자)
ⓒ 옴부즈맨뉴스

[사울, 옴부즈맨뉴스] 박윤수.허정일 취재본부장 = 서울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한 지난 4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빨간색 드레스코드를 맞춘 여성들이 모여들고 또 모여들었다. ‘홍대 몰카 사건’으로 촉발된 네 번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비상한 관심을 모은 이날 제4차 시위는 지난 3차 집회에서 논란이 됐던 ‘문재인 재기해’ 등 과도한 남성 혐오 표현이 담긴 구호나 피켓도 대체로 사라진 모습이었다.

다만 ‘생물학적 여성’만 입장이 가능했던 펜스 안 광장에선 공감이 넘쳐났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진짜 들어줘야 할 바깥세상과의 소통은 부족했다.

예정된 시위 시작 시각인 오후 4시 전부터 시위 참가자들은 광화문역 내에서부터 안내자의 통솔에 따라 줄을 서서 이동했다. 이들은 ‘여성의 분노’를 뜻하는 빨간색 복장과 저마다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쓰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서로를 “성님” “자매님”이라 부르며 “자이루(자매님, 하이루)”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물과 피켓, 스티커 등을 받아들고 차례로 입장한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등산용 방석, 신문지 등을 펼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시위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무더위에 대비한 휴대용 선풍기, 쿨토시, 얼음물 등도 준비했다.

주최 측인 여성 커뮤니티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는 4차 시위를 준비하며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준비물을 공지했다. ‘드레스 코드는 레드’라고 공지하면서도 필수가 아니라며 시원하고 편한 복장으로 올 것을 추천했다.

광화문 광장의 특성상 불법 촬영 제재가 어렵다며 신변보호 물품을 꼭 착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외에 녹지 않는 간식, 물티슈, 돗자리 등도 준비물로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공지사항을 숙지한 듯 개인 준비물을 가지고 왔고, 시위에 함께 참여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간식도 손수 준비해 나눠주기도 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구호와 노래를 수차례 외치다 보니 힘이 빠지고 배가 고플 때쯤 주변에서 나눠준 사탕, 초콜릿 등으로 당을 충전했다.

무더위에 대비해 주최 측이 준비한 시원한 물이 참가자들에게 계속 공급됐다. 스태프들은 이 물을 ‘메갈수’라고 지칭하며 “메갈수 드시면 참메갈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메갈수란,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메갈’과 물 수(水)의 합성어로 추정된다. 또 일부 스태프는 분무기를 가지고 다니며 참가자들에게 뿌려주며 더위를 식혀줬다.

↑↑ 4일 광화문에 모인 ‘몰카 수사 규탄’ 시위대(사진 = 옴부즈맨뉴스)
ⓒ 옴부즈맨뉴스

이날 주최 측은 1~3차 시위와 마찬가지로 구호와 노래를 선창하고 싶은 사람을 신청 받아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했다. 80여명이 무대에 올라 미리 준비된 구호와 노래를 저마다의 목소리로 선창했고 광장에 앉은 나머지 참가자들이 따라 하는 모양새로 진행됐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선창자를 따라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불법촬영 기소유예 말이 되냐” “불법카메라 규제법안 시행하라” “여성총장 여성청장 임명하라” “웹하드와 사법부도 공범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인천 경찰 ‘드론 몰카’ 수사하라” “대중교통 업스(업스커트) 몰카, 지인 합성 철창에 넣어라” 등 구호로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드론 몰카 의심 사건 및 대중교통 불법촬영, ‘지인 능욕’ 합성 범죄 등의 수사를 촉구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제가인 ‘민중의 노래’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여성의 노래”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여혐민국 한국에 불법촬영자 대한민국 경찰이 방관하시고”, ‘아리랑’을 “찍는 놈 보는 놈 돈 버는 놈 국민의 반이라 못 잡는대” 등의 가사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선창자들과 참가자들은 구호와 노래를 한 번씩 마칠 때마다 “자이스(자매님, 나이스)”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불법촬영 범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모습을 풍자하는 ‘재판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지난 시위에 이어 삭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5명의 여성이 단상에 올라 차례로 머리카락을 잘랐고, 그때마다 참가자들은 “상여자다” “여자답다”라고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삭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대한민국 경찰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 여성 피해자들이 구속수사 해 달라, 압수수색 해 달라 애원하고 외쳤던 것들이 왜 남성 피해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라며 “왜 할 수 있었으면서 못 한다고 했나. 왜 같은 사람이면서 인간 취급해주지 않았나”라고 울먹였다.

이 참가자는 “우리의 저항은 남성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창끝이 아니다. 그저 모든 남성들이 이제껏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요구를 계속해 묵살한다면 화장실 (몰래카메라) 구멍을 향한 여성들의 송곳은 곧 당신들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우리는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이기를 거부한다”며 “‘꾸밈노동(예쁘게 보이기 위한 외모 단장)’을 하지 않을 것이며, ‘머리를 왜 자르냐’가 아니라 ‘왜 불편하게 머리를 기르냐’가 옳은 질문이어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다른 참가자도 “불법 촬영물 팔아 억대 연봉 받은 헤비업로더(상습 유포자)에 벌금 5만원 물리는 나라가 ‘몰카국’이 아니란 말이냐”며 “한국 여성의 생존권은 5만원이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삭발 퍼포먼스 참가자들의 절규에 가까운 발언을 듣고 있던 일부 스태프와 참가자들은 눈물을 닦기도 했다.

↑↑ 4일 광화문에 모인 ‘몰카 수사 규탄’ 시위대(사진 = 옴부즈맨뉴스)
ⓒ 옴부즈맨뉴스

예정된 시간인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주최 측은 성명서 낭독을 마지막으로 시위를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1~3차 집회에서 총 12만명의 힘을 딛고 광화문에 모이게 됐다”며 “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여 있는가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한민국 모든 권력에 명한다”며 “우리로부터 시작된 변화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되고 이 사회의 여성혐오 문화가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대학교 신입생 및 경찰 채용 여남 비율 9대1 보장 △문재인 대통령의 ‘편파시위 부정’ 발언 사과 △기획재정부의 여성가족부 예산 증액 편성 △일간베스트 폐지 △여성안전 입법 확대 △언론 왜곡 보도 규탄 등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는 사고나 충돌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시위가 끝날 무렵 대전, 광주, 부산, 대구, 울산 등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참가자들이 귀가 시간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뜰 때마다 참가자들은 두 팔을 들고 손을 흔들며 “자이루”라고 인사를 나눴다.

다음 시위에서도 함께할 것을 약속한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고, 각자 챙겨온 물건과 쓰레기들을 정리한 후 해산했다.

↑↑ 4일 시위가 끝난 후 쓰레기 줍는 시위 참가자들(사진 = 박윤수 기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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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에는 오후 7시 기준 주최 측은 최종 참여 인원을 7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차 시위(5월19일) 1만2천명, 2차 시위(6월9일) 4만5천명, 3차 시위(7월7일) 6만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9만여명을 기록했다. 여성만 참가한 시위이자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집회로는 사상 최대 인원 기록을 이어 나갔다.

지난 1~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시위를 벌여 ‘혜화역 시위’로 불렸다. 앞서 주최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혜화역에서 시위를 열게 된 이유에 대해 “1차 시위 신고 당시 집회가 가능한 곳이 혜화역밖에 없었다”며 “‘여성 분노 표출에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우리의 상징으로 굳히기 위해 혜화역 근처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4차 집회 장소를 광화문으로 공지하며 “더 많은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넓고 쾌적한 장소를 꼭 찾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3차 집회에서 논란이 됐던 ‘문재인 재기해’ 등 과도한 남성 혐오 표현이 담긴 구호나 피켓도 사라진 모습이었다. 주최 측은 집회를 앞두고 ‘정치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은 압수할 수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4차 집회에서는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내용이나 ‘몰카’와 관련된 문구를 담은 피켓이 대부분이었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몰카는 국가가 허락한 마약” “여성의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는가” 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도 여전히 ‘유X무죄 무X유죄’ 등 일부 과격한 구호와 ‘몰카 안 보면 죽는 한국산 남자’, ‘문재인은 한국 남자’ 등 남성 혐오 표현이 담긴 피켓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생물학적 여성’만 입장이 가능했던 펜스 안 광장에서는 공감이 넘쳐났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진짜 들어줘야 할 바깥세상과의 소통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위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이날 4회차를 맞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피의자가 피해자 동료인 여성 모델로 확인되고, 이 여성이 구속되면서 ‘남성이 피해자일 때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주장과 함께 기획됐다.

시위가 거듭되면서 지난 3차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가 “문재인 재기해”와 같은 과격한 구호를 외쳐 남성혐오를 조장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재기해’는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말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따른 운영진의 입장문’을 통해 “시위에 사용되는 그 어떤 단어도 남성혐오가 아니다”며 “문 대통령에게 쓴 단어는 ‘재기(再起)’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국민 지지를 얻은 대통령께 그 발언에 맞게 ‘페미 대통령’으로서 재기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18년 08월 06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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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i
여성들 집회에 대한 이토록 자세한 기사는 처음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와 별도로 주최측의 운영진 입장문의 내용은 좋게 뜼풀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쁘다라는 말이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성희롱의 문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듣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곰 제기해 라는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지요. 그 말을 하는 자기들이 그것을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석이 필요없는 말이어야 하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집회는 변명, 합리화로 점철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또다시 그녀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렸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자기들이 골라서 연대하고 안 하고를 결정할 것인지, 성폭력 갑질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갑질에 피해를 당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이들이 될 수 있을런지, 의문의 연속입니다.
08/07 23:0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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