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8주기를 보내며 시민시창]
5월의 노래
김한누리
아무도 5월엔 노래하지 않는다.
태풍 몰아치던 밤 가지 툭 부러진 아카시나무 아프게 울음 우는 초여름 날 허기진 날숨 뱉으며 나무들은 기억한다.
산비둘기들 충혈 된 눈이 살벌하였다. 그날에 전선으로 떠나던 장병들의 눈빛도 그러했을 것이다. 섬뜩한 총칼의 광기가 신작로를 내 달리던 탱크가 어딘지도 모를 좌표를 향해 어둠을 찢으며 달리고 의미 없는 새벽으로 부엉이 눈들만 살아있었다.
살아서 허허로운 삶은 물 버들 뿌리 밑에서 물고기들 뻐끔 뻐끔 거리며 메마른 꿈에 슬프다 그해 5월도 천지로 아카시 향기 가득했다.
아무도 더는 5월에 노래를 하지 않는다.
어느덧 늙어버린 누이는 광장 어둠을 쓸고 있다. 젖어 내리는 아카시 향기 쓸어 가슴에 담고 있다. 누이 가슴은 향기롭다. 뜨겁게 빗물로 넘실거린다.
바람은 모질게 불고 부러진 가지 부둥켜 안고 아카시나무 밑둥에 앉아 천둥 번개 일으키며 울었다 끝나지 않는 노래를 아직 끝낼 수 없는 노래를 누이는 더 이상 부르지 않는다.
드센 비바람에 떨어져 쓸리는 아카시 꽃잎들만이 슬프게 노래하는 밤이다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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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작가 김 한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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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한누리(54), 민중작가 현) 안양공정포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