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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정유4사 성과급 지급현황 |
ⓒ 옴부즈맨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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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의 성과급 지급이 눈총받는 것은 최대 이익이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불만에서다. 또 국내외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는 팍팍한데 정유 업계는 고액 성과급으로 사회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4사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가까이 늘어난 8조원이 넘는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을 올렸다. 저유가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은 전년보다 1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3%나 늘었다. 2011년 기록한 영업이익 최대치(2조9595억원)를 뛰어넘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1조69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107% 늘어났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사상 최대인 2조1404억원과 96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시설 고도화로 고부가가치 휘발유와 윤활유 생산·판매가 늘어나는 등 정제 마진(제품 가격 - 원유 가격 및 운영비)이 양호했고, 지속적인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재고 원유에 따른 이익이 좋아졌으며, 적극적 수출 시장 개척이 이뤄졌다는 점을 수익 개선 요인으로 들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도 “지난해 정유 4사가 수출한 석유 제품은 4억5524만배럴(227억달러)을 기록해 전체 원유 수입액(402억달러)의 56%를 석유 제품 수출로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정유사의 영업이익 중 절반은 가만히 앉아서 번 것과 마찬가지였다. 수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 가격과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한 것이 최대 실적을 거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가 오를 때는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을 바로 올리면서도 국제 유가 하락 시엔 석유 제품 가격을 천천히 내려 이익을 챙겼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 유가와 국내 석유 제품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바로 드러난다. 국제 유가는 2014년 10월 대비 2017년 1월 38.1% 하락했으나 국내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6.8% 떨어지는 데 그쳤다.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차이로 인한 이익을 정유사가 독식한 셈이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해 1년간 주 단위로 분석한 것을 보면, 국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413원 오를 때 국내 정유 회사는 520원을 올렸다. 반대로 국제 휘발유 가격이 322원 내릴 때 정유사는 398원 내렸다. 정유사들이 국제 가격이 오를 때 국내 도매 가격을 더 많이 올려서 이익 폭을 늘린 것이다.
지난해 국내 한 달 평균 휘발유 소비량은 약 10억1437ℓ다.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정유 4사가 이를 국내 유가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리터당 10원씩만 늦게 올리거나 늦게 낮추면 월 100억원 넘게 벌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도 거둘 수 있다. 재고평가이익이란 정유사가 싸게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경유 등을 그 이후에 오른 원유 시세에 맞게 비싼 가격으로 내다 파는 것을 의미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에 거둔 재고평가이익만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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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4사 2015.16년 영업이익 현황 |
ⓒ 옴부즈맨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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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지난해 국제 유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원유를 싸게 구입한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을 한 두달 뒤 비싸게 팔아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국제 유가가 오를 땐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은 ‘로켓’처럼 오르고,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땐 국내 제품 가격은 ‘깃털’처럼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석유 제품 가격 결정 요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정유 4사의 과점체제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중소 정유사가 많은 일본은 국내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 현물 시장인 싱가포르 시장 가격이 영향을 많이 끼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현물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수출 물량을 늘리고, 낮아지면 국내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수익 구조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휘발유 등 국내 제품 가격이 국제 가격 수준(싱가포르 국제 가격)에 맞춰져 있어서 사실상 폭리를 취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제품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이 늘어난 데다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도 실적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이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의 성장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지만, 전체 실적은 본업인 정유 사업의 성과에 좌우됐다.
에쓰오일이 비정유 부문에서 절반 이상의 이익을 거뒀지만 나머지 3사는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었다.
지난해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한 석유 제품 수출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해에는 국제 유가가 전반적으로 상승 기조를 이루면서 원유 수입액보다 석유 제품 수출액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국제 유가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정유사들은 “우리도 수출 기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매년 석유 제품 수출액이 원유 수입액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유사가 국제유가에 비해 기름 값을 불합리하게 책정하고 있어도, 그리고 담합이 이루어져도 가격자율화에 따른 강제로 조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한 국민은 정유사의 “봉”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