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헌재 답변서를 보고 경악 금치 못했다며 대법원장을 사찰했듯 헌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국회, 옴부즈맨뉴스] 김종필.김승호 출입기자 = 국민의당 창업주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 간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의 후유증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다.
당시 김성식 의원을 지지했던 안 전 대표는 당초 막상막하의 표결이 펼쳐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주승용 원내대표가 23표를 얻어 12표를 얻은 김 의원을 큰 표차로 제치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총 의석이 38석에, 당원권 정지 등으로 투표 가능한 인원이 35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압도적 표차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안 전 대표 지지세력으로 분류됐던 초선·비례대표 그룹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을 선도 탈당해 당을 세운 안 전 대표로선 충격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당외에서도 대선 주자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당 내에서도 지지기반이 좁아지는 형국이라 안 전 대표로선 적잖은 위기감을 느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호남 중진 의원들은 안 전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직후 보인 행보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당 신년행사인 단배식에도 불참하면서 칩거에 돌입한 안 전 대표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국민의당 소속 한 호남 의원은 "아무리 경선 결과가 맘에 안 들어도 칩거가 뭐냐"며 "주승용 원내대표를 뽑은 호남 의원들은 뭐가 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안 전 대표와 호남 중진들은 대선 전 당 노선을 두고도 대립하는 모습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비박계를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연대 노선을 내비치는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자강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반 전 총장을 상대로 안 전 대표 및 천정배 전 공동대표와의 통합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자며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또 개혁보수신당에 대해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우리 슬로건과 거의 맞다"며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반면 안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정국 상황에 대해 당내 의원들과 인식 차이를 느끼고 있다"며 연대론을 꺼낼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내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는데, 당내에서 다른 후보들에 대한 노골적인 러브콜이 나오는 상황이 안 전 대표에겐 불쾌할 수밖에 없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병호 전 의원 역시 "앞으로 당의 전략은 '자강노선'으로 가야 한다"며 "호남 의원들은 연대론을, 안 전 대표는 자강론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섣부른 연대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동철 비대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안 전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호남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방 행보를 펼쳤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오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 '2017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 참석한다. 당 상황과 당분간 거리를 두며 당분간 자신이 주창해온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 측은 대표적 지지층으로 꼽혔던 중도보수·무당층 지지율 회복에 방점을 두고 대선 행보를 전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울러 오는 5일 출국 전 자강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