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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의 주택 문에서 방 쪽으로 손을 뻗어 돈을 훔치는 범인의 모습이 CCTV 화면에 찍힌 모습(사진출처 :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 |
ⓒ 옴부즈맨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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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옴부즈맨뉴스] 박승혁 취재본부장 = 절도 피해자 A(65)씨는 평생 모은 돈을 지난 23일 눈 깜짝할 사이에 잃고 낙심하던 터에 범인도 붙잡고 돈도 일부 되찾았다는 소식에 머리가 땅에 닿을 만큼 고개를 연신 숙였다. 지난 23일 오후 광주 북구 비엔날레 주차장 인근 축사에 딸린 주택에서 40대 중증장애인 남성이 모은 현금 8천여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붙잡혔다고 광주 북부경찰서가 26일 전했다.
등이 굽은 선천성 장애에, 30여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에 치이는 사고로 한쪽 다리마저 잃어 남아있는 두 팔로 꿋꿋하게 생계를 꾸려가던 A씨는 세상을 믿지 못했다.
그는 그래서 소를 키우고 닭을 길러 팔아 번 돈을 꼬박꼬박 1천만 원∼2천만 원 뭉칫돈으로 모아 은행에 맡기지도 않고 집안에 옷가지와 비닐봉지에 꽁꽁 감싸 보관했다.
평생 신체장애의 굴레에 시달리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쪽 다리마저 잃었지만, 영세민의 처지에 낙담하지 않고 두 팔로 기어 다니듯 소와 닭 등을 키우며 "떳떳하게 죽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장애인 아내와 함께 자식 셋을 명문대에 보내고 취직까지 시켜 최근에는 자식들에게서 용돈도 받아 "이제는 편히 쉴 때도 됐다"는 말도 주변에서 들렸지만, A씨는 두 팔로 세상을 들어 올리듯 축사를 기어 다니며 가축을 길렀다.
A씨는 "영세민 아파트에서 쓸쓸하게 죽고 싶지 않다"며 "30평대 아파트에서 떵떵거리며 살다 죽겠다"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평생 모은 돈을 누군가 날강도처럼 훔쳐갔다.
지난 23일 밤 배고파 할 소가 걱정돼 사료를 주러 잠깐 축사에 나간 사이 자물쇠로 잠가놓은 축사 옆 주택 문을 부수고 소 팔아 모은 돈 8천만 원을 훔쳐간 것이다.
이 도둑은 A씨가 신속히 신고해 검거될 것을 우려해 차량 열쇠와 핸드폰까지 가져갔다.
A씨는 세상이 무너질 듯한 좌절감과 당혹감으로 온몸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힘겹게 전동휠체어에 올라타 구불구불한 도로를 1㎞가량 달려 주유소에서 전화를 빌려 경찰에게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집안에 설치해놓은 CCTV화면을 살펴보니 범인은 '놈팽이' 우모(48)씨였다.
몸이 불편한 A씨는 도저히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우 씨를 불렀다.
일당 7만원씩 주고 축사 일을 시켰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우 씨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밥만 축내다 돌아가기 일쑤였다.
추석이 끝나고 일거리가 없느냐고 다시 찾아온 우 씨에게 일을 시킨 A씨가 방안에 숨겨놓은 돈 꾸러미에서 현금을 꺼내 일당을 지급하는 모습을 보고 우 씨는 범행을 결심했다.
기회를 엿보다 A씨가 축사에 일하러 나간 틈을 타서 드라이버로 축사 주택 문을 따려다 여의치 않자창호 문을 주먹으로 부숴 돈 봉투를 들고 도주했다.
함께 훔친 차량 열쇠와 핸드폰을 숲에 버리고, 주변 공원 화장실에서 돈 봉투를 열어본 우씨는 생각보다 많은 돈 액수에 깜짝 놀랐다.
8천여만 원 돈 중 수표 3천만 원을 어차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화장실 옆에 버리고, 현금만 챙겨 광주의 대표 유흥가로 향했다.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초라한 행색에 혼자 왔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우씨는 주변 노래방에서 여성 접대부를 불러 유흥을 즐기면서 20여만 원을 탕진한 후 추적에 나선 경찰에게 붙잡혔다.
돈을 잃고 낙담한 A씨는 "평생 모은 돈을 잃어버렸다"며 죽어버리겠다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 A씨를 설득하고 만류하면서 하루 만에 범인을 붙잡고 도난당한 돈 일부도 되찾아준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들에게 A씨는 말로 다하지 못한 고마움을 표했다.
A씨는 "확 죽어버리려고 했는데…이렇게 빨리 평생 모은 돈을 되찾아준 형사들에게 직접 기른 닭 10마리 잡아서 삶아 줄라요."라고 흥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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