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를 넘은 인사 비리
무엇보다 투명해야 할 인사가 도를 넘었다. 직원을 승진하고 채용과정에서 원칙도 상식도 없었다.
재작년 충남경찰청은 공사 측이 3급 승진 시험과 5급 내부 채용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문제지가 조직적으로 유출돼 60명이 부정 승진·채용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사팀에 근무하는 직원 윤모씨가 승진·채용 시험을 위탁 관리하던 한국생산성본부 산하 기관 관계자로부터 문제지를 빼내 돈을 받고 직원들에게 팔았던 것이다.
시험지를 미리 주는 대가로 오간 돈은 1인당 600만~2100만원이었으며 부정 응시자는 대부분 승진·채용됐다. 이 사건 주모자인 윤씨는 6억여원을 챙겼다.
공사는 신입 직원 500여명을 공개 채용하지 않고 특별 채용했다가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한국농어촌공사가 2012년부터 2014년 9월까지 정규직 25명과 계약직 479명을 뽑으면서 공개 경쟁 시험을 치르지 않고 1배수 면접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했다”면서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 2년간 151일 카지노 ‘출장’
직원들의 복무 기강이 엉망인 사례도 있었다. 2011년 감사원은 근무 시간에 강원랜드 카지노를 출입한 공직자를 조사했는데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6명이 포함됐다.
경북 북부 지역에서 저수지 관리 업무를 맡은 직원의 경우 2009년부터 2년간 151일을 근무지를 이탈해 도박을 했고, 당시 적발된 공직자 가운데 카지노 최다 출입자가 됐다.
공사는 적발된 6명에 대해 감사원의 요구로 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으나 그중 1명에게 2년 뒤 사장 표창을 수여했다가 다시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공사 인사 규정엔 정직 징계를 받으면 3년6개월간 표창 대상자가 될 수 없으나 규정을 무시하고 표창을 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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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능인면에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사택(화순=장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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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와 사장도 청렴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신임 상임감사에 유한식 전 세종시장을 임명했다. 감사는 사장 다음의 고위직으로 부정부패를 막고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자리다.
그러나 유 감사는 2012년 세종시장 근무 당시 대전의 동사무소 민원센터에 근무하던 딸을 세종시 기획조정실로 발령내 특혜 논란을 낳았다. 유 감사가 “결원이 생겨 인사를 한 것이지 특혜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동주민센터 민원 담당 직원이 갓 출범한 시청의 핵심 부서로 옮긴 것은 아버지 후광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뒷말이 돌았다.
유 감사는 2014년 4월 18일 세월호 참사 당시엔 조치원 한 식당에서 당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유 감사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 때문에 유 감사의 공기업 감사 발탁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 감사는 최근 전국 지사를 순회하며 “청렴의 생활화만이 공사의 생존 필수 조건이며 부패 차단을 위해 모든 힘을 쏟자”는 내용의 특별 강연을 하고 다닌다.
농림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으로 2013년 취임한 이상무 사장은 조직 기강을 세우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관사(官舍)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4년 본사를 경기 의왕에서 전남 나주의 빛가람혁신도시로 옮겼는데 사장 사택을 회사 근처가 아니라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전남 화순군에 새로 지었다.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공 기관장 중엔 비용 문제로 월세나 전세 관사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장은 3억6500만원을 들여 농촌형 전원주택을 신축한 것이다.
지난해 황주홍(국민의당)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부채가 7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 400%가 넘는 등 재무 구조가 나쁜데도 예산을 들여 사장 관사를 새로 지을 필요가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이 사장은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CEO로서 농촌 지역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농촌 지역 실정을 가까이에서 눈으로 파악하는 장점이 있다. 아내와 함께 주민등록도 옮겼다”면서 관사 신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관사 이웃 주민들은 “사장 부부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얼굴도 잘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다. 능주면은 이 사장 장인의 본적지라고 한다. 이 사장은 기자에게 “본사 근처에 사택을 지으면 직원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노조의 권유로 화순에 사택을 지었던 것”이라며 “후임 사장이 이 사택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임원이나 직원 숙소로 활용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 때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여야 의원들의 집중 표적이 된다. 작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최근 3년간 공사에서 내려진 징계·주의·경고 처분은 모두 961건으로 정규 직원 6명당 1명꼴로 징계를 받았고, 그중 81명이 파면·해임을 당했다”며 “횡령, 뇌물, 인사, 업무 태만 등 모든 분야에서 비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대부분 전임 사장 시절에 발생한 비리로 관련자를 엄중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깨끗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를 접한 시민옴부즈맨공동체 최경식 정책실장은 “농어촌 개발과 관련된 인·허가 비리는 전국 지사 등에 만연되어 있으며, 특히 이 들의 ‘갑질론’은 천지를 찌를 듯하다”며 “다른 공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농어촌공사의 수로, 농로 관련 현장비리는 국민들이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