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제약사 2세, `빚 갚으라`며 결혼식장서 축의금 털어가...
유명 제약사 창업주 2세 A씨, 경찰 수사 중 결혼식장서 남성 일행과 함께 축의금 가져가 혼주 측 공동공갈·공동강요 혐의 등으로 고소 배경은 '채무 갈등'..둘은 초등학교 동창 사이 A씨와 동행한 '성명불상 6인'도 고소당해..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 입력 : 2021년 06월 21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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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중순 낮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 결혼식장. 딸 결혼식 축의금을 빚 대신 받아가기 위해 강제로 받아 간 사건이 발생했다. A씨와 성명불상 남성 6인 등 총 9명의 일행이 결혼식장을 향하고 있다.(사진 =CBS 노컷뉴스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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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옴부즈맨뉴스] 서영철 취재본부장 = 결혼식장에서 빚을 받기위해 유명 제약사의 2세가 축의금을 가져간 사실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중순 낮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 결혼식장 1층 로비에서 한 여성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남성이 한 두명씩 걸어와 여성에게 인사를 건네며 합류했다. 일행 중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는 남성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여성 A씨가 등장했다. 앞서 로비에 있던 여성은 A씨에게 남성들을 소개하는 듯 인사를 시켰다. 이렇게 모인 인원은 총 9명. 이들의 발걸음은 2층으로 향했고, 통로를 지난 뒤 3층 결혼식장에 다다랐다.
하객들이 오가는 결혼식장 로비. 먼저 여성은 신부 측 어머니를 구석으로 잠시 데려갔다. 그 사이 남성들은 쇼핑백을 나눠서 손에 쥐었다. A씨는 이들 근처에 있는 기둥 뒤로 잠시 모습을 숨겼다.
이후 남성들은 신부 측 축의금 접수대 쪽으로 향하더니 순식간에 축의금 봉투를 쇼핑백에 담기 시작했다. 신부 측 아버지가 '뭐하는 짓이냐'며 제지했지만 소용없었다.
신부 측 친척은 이들 일행 중 한 명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려다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축의금을 한 번 더 가져간 뒤 일행은 자리를 떠났다.
신부 측 가족은 지난 2월 A씨 등을 공동공갈, 공동강요,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 등이 축의금을 주지 않으면 결혼식장에서 난동을 피우겠다며 협박 및 위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씨는 국내 유명 제약사 창업주의 2세로 확인됐다.
A씨가 이러한 행위를 한 배경에는 '채무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신부 측 어머니인 B씨와 초등학교 동창 사이다.
보험업을 하던 B씨는 보험 실적 등을 유지하기 위해 A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렸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B씨가 빌린 돈은 7억 3천만 원 정도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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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 일행 중 한 명이 신부 측 어머니인 B씨를 비상구 쪽으로 데려가고 있다. 이곳에서 A씨 측은 B씨에게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B씨 측은 협박에 의한 동의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사진 =CBS 노컷뉴스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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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씨는 이자 명목으로만 3억 7천만 원 정도를 지급했으나 채무를 다 변제하지 못했다. B씨는 '이자를 좀 줄여줄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으나 A씨는 갚을 여력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고, A씨는 지난해 1월 B씨를 특가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A씨 일행이 B씨 딸의 결혼식장을 방문한 시점은 그 다음 달로, 채무를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 '축의금 강탈 사건'으로 이어진 셈이다.
B씨는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B씨 측은 채무 변제에 있어 잘못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결혼식장에서 용역을 동원해 축의금을 강제로 가져간 행위 역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 측 변호사는 "법적으로 채권추심자는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 협박하거나 위력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B씨 측은 A씨와 동행했던 '성명불상 남성 6인'에 대해서도 최근 강남서에 고소를 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불러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성 6인에 대한 정체를 밝힐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유명 제약사의 고위 임원을 지낸 바 있다. 해당 제약사 측은 "A씨는 현재 임직원이 아닌 관계로, 당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씨 측이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세한 것은 수사와 재판 중이라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  입력 : 2021년 06월 21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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