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흰머리"
따뜻한 기자 / 입력 : 2015년 03월 16일 10시 20분

오늘도 어김없이 부부는 칠순 노모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 노모의 차지가 돼버린 것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노모가 차려준 저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노모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나 돋보기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생전 당신 입으로 뭐하나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다 신문 한 장 볼 수 없는 까막눈인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달라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아들은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한 아내가 막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다가와 호들갑을 떱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 늦바람 나셨나 봐. 어제는 안경을 사내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염색까지 하셨지 머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 소리를 던집니다. "어머님은 갑자기 왜 안 하던 일을 하신데?"
아들 내외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노모는 멋쩍으신지 모른 체 하곤 부엌으로 갑니다. 그리곤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쌀을 씻습니다. 며느리는 그런 노모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남자친구가 생겼나 싶어 눈치를 살폈습니다.
식탁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을 깹니다. "안경은 내가 장만했으니, 인자 됐다. 엊그제 느그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인자 안경도 끼고 머리도 염색했으니 그럴 일 없겠지."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가 왜 돋보기를 사달라고 하셨는지, 하얗게 센머리를 왜 염색하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죄송함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늘 바라기만 했을 뿐, 어머니의 머리가 온통 백발이 된 것도 아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
따뜻한 기자 /  입력 : 2015년 03월 16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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