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줄줄줄 기사를 써내려가는 걸보면 정말 신기하겠지요.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언제 저 선배들처럼 기사를 쓸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과 함께 언젠간 나도 할 수을 것이라는 오기(傲氣)같은 걸 동시에 느낄 것 같기도 합니다. 지당합니다. 너무 지나치게 겁부터 먹을 필요는 하나도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 선배들도 예전 ‘올챙이 기자’땐 여러분과 똑 같은 입장이었거든요. 하지만 긴장은 해야 합니다. 초임이나 초보기자임에도 건방부터 든다면 그 앞날이 어떻게 될까요. 기자로써 건방의 결과는 실패할 공산이 99%쯤 될걸요. 틀림없어요. 때문에 초기에는 한 동안 배우는 자세를 견지해야하는 겁니다. 첫 발을 잘 내딛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초임기자 입장에서 보면 요즘의 스트레이트 기사쓰기는 ‘식은 죽 먹기’나 비슷해요. 아무리 초보자라 하더라도 정부기관 공보실이나 대기업 홍보실 등에서 제공하는 ‘알림용 뉴스나 정보’를 처리하는 데는 별 어려움은 없습니다. 조금만 손질해 넣으면 인쇄나 방송으로 그 것도 여러분 이름을 달아 ‘기사’로 실릴 수 있어요. 공보관이나 홍보맨들은 워낙 오랫동안 언론 쪽에서 동일한 업무를 맡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의 입맛에도 걸맞을 만한 손쉬운 수준의 풀(POOL)자료를 제공하고 있지요. 거의 손보지 않아도 별 문제 없이 자료를 기사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맘이 조금 편해졌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모든 자료가 풀(pool)스타일로 제공되고 이를 그대로 옮겨 싣다보니 모든 신문이던 방송의 뉴스 기사가 똑같아진 겁니다. 취재기사란게 거의 사라졌으니 뉴스나 정보를 얻으려면 한 두 매체만 보면 되겠지요.
언론사와 기자들 간의 취재경쟁이 없으니 사실상 언론으로서 생명줄을 놓은 셈인 겁니다. 독자나 시청자들은 뉴스보기를 포기합니다. 신문독자는 거의 씨가 말랐고요. 관심들이 없어졌어요. 언론계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언론통폐합에 이어 언론보도지침이란 걸 만들어 문화공보부(당시)를 통해 본격적인 언론통제에 나섰었죠. ‘기사처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매일같이 은밀히 언론사의 모든 기사를 감시하는가 하면 ‘비협조 언론사’와 ‘비판적 기사를 쓰는 기자 ’들에게 세금징구, 해직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었죠. 정부가 프레스카드(신분증)란 걸 만들어 기자를 승인임명하는 가하면 다른 한편으론 행정부와 관련 기관 등에 대대적으로 기자실의 신설 또는 확대해 나갔습니다. 기자실 확충의 명분은 ‘언론사의 기자들 취재 범람으로 공직자들의 업무지장이 막대하다’는 것이었어요. 개별취재를 제한하면서 하루에 한 두 번씩(조‧석간 용 자료) ‘기사용 공동자료)를 제공했습니다. 이것이 ’풀 기사‘입니다. 언론의 자유권을 철저히 박탈한 것이지요.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바둑을 두거나 다른 여흥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공보실이나 홍보실에서 나눠주는 기사거리로 기사 한 두건 쓰는 게 일과였습니다. 이런 패턴이 매일처럼 반복되는 가운데 기자들은 어느새 절대권력의 시녀(侍女)로 길들여져 갔습니다.
원래 기자들은 ’끼‘가 있고,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 정론직필의 선봉이라는 자긍심, 국민의 알권리 충족의 메신저로서의 특별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야성(野性)이 오랜 세월에 걸친 정책적, 의도적 길들이기로 인하여 완전히 소멸된 것입니다. 이빨과 발톱 빠진 호랑이들이 된 셈이라면 과언(過言)일까요?!
언론계에선 ’특종기사‘이란 게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명기자‘란 타이틀도 없어졌지요. 취재할 자유(?)가 속박 당한데다 편하게 하루의 일과를 끝내겠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몸에 배게 된 것입니다. 또한 방송계 쪽에선 각양각색의 패널(panel)들이 화면을 장악하며 기자역할을 대신하는 듯싶기도 하잖아요. 이건 픽션(fiction)아니라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초임기자 여러분은 오늘의 ‘세일즈맨 비슷한 언론인’의 모습으로 흡족하십니까? 그럴 순 없을 겁니다. 젊은 패기 등이 아깝잖아요.
자, 이제부터 본론 주제인 ‘한 차원 높은 스트레이트 기사작성법’으로 돌아가 봅시다. 명(名)기자가 되기 위해선 기사를 잘 써야 한다고 했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명 기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반대급부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신문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요즘은 신문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간혹 어느 지하철역이나 편의점 등에서 가판(街販)신문을 구해볼 수 있을 겁니다. 메이저 신문들의 경우는 닷컴뉴스를 이용할 수 있겠죠. 무작정 읽으라는 게 아닙니다. 목적이 있어야 해요. 신문을 보고, 읽다가 ①내가 담당하고 있는 ‘커버영역’ 또는 ②산업• 경제• 금융• 부동산 등에 관한 좋은 글, 잘 정리한 글 ③내 담당영역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름이 잘 알려진 명기자 또는 컬럼리스트 들이 쓴 글 등을 모아둬야 합니다.
수첩에 메모할 수도 있고, 휴대폰에 일단 입력시켰다가 시간 날 때 ‘메모방’에 정리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꼭 체크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펙트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특별한 요령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둘째, 우선 내 실력이 어느 궤도(軌道)에 오르기 전까지 ‘모방(模倣)기술’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매년 신년 초에는 정부와 주요기관 들이 앞 다퉈 새해 정책 등을 발표합니다. 이런 경우 신입기자인 여러분은 그 방대하며 난해한 수많은 정책 펙트 들을 어떻게 소화시키겠습니까? 난감할 수 있겠죠. 저 같으면요, 미리 메모해 둔 것이 없다면 서둘러 지난해 이맘 때의 신문들을 뒤져볼 것 같아요. 매년 비슷한 자료를 내거나, 아니면 지난해 엇비슷한 내용을 선배기자들은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찾아보면 도움이 되겠지요.
무조건 그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겁니다. 주어와 시제 정도만 바꾸면 그럴듯한 기사가 탄생할 겁니다. 이를 저는 ‘모방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모방행위를 지속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좋은 글과 방법을 끌어다 쓰다보면 점점 나의 실력이 늘고, 결국은 ‘내 스타일의 글’과 ‘글쓰는 요령’이 생기게 될 겁니다.
셋째, 공동으로 제공받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취재기사’를 써야하는 경우라면 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나 혼자만 쓰는 기사이기 때문에 그래도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취재기사’는 거의 대부분 ‘독자제보’에서 비롯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단독보도’이지요. 정보를 추적하고, 확인하며, 보충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고 그 파장이 매우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야 합니다.
어렵사리 ‘특종거리’를 물었으니 특별한 자세로 접근해야하는 겁니다. 빈틈없이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겁니다. 앉으나 서나, 들거나 날거나 애써 잡은 ‘특종기사거리’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그렇다면 제목은 무엇으로 할찌? 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제목은 호락호락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난제(難題)를 스스로 풀어내야만 합니다.
노력과 정신집중 그리고 고심하다보면 답은 분명 나옵니다. 이런 각고의 과정을 거쳐 이름있는 기자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호(號)에서 “아! 한강이 통곡 한다”란 제목 이야기를 말씀드렸죠. 그런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 해도 한번 제목을 먼저 달아보고, 두 번, 세 번 달아보다보면 그 뒤의 본문처리는 자동으로 술술 풀리게 될 것입니다.
술술 나올 수 있다는 근거는 한 소재를 가지고 많은 시간 고민하며, 온 정신을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120% 글 잘 쓰는 기자로 성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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