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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처벌 없는 633 강행규정’이라는 기만, 누구를 위한 침묵인가?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6년 07월 24일 18시 06분
↑↑ 본지 발행인 겸 대한민국옴부즈맨총연맹 김형오 박사
ⓒ 옴부즈맨뉴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법학의 첫 장에 나오는 이 명제는 오늘날 대한민국 법원에서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당당하게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합쳐서 1년 안에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거사범을 가려내라는 법률의 지엄한 명령이다.

그러나 정작 이 법을 지켜야 할 법원은 이 조항을 가소롭다는 듯 비웃는다.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리의 틈새를 이용해 ‘강행규정’을 한낱 ‘참고사항’ 수준의 훈시규정으로 전락시켰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정치인과 권력자, 재벌 범죄자들에게 ‘재판 지연’은 가장 확실하고 유능한 변호인이 되었다.

정치인의 재판이 3년, 5년, 심지어 10년씩 늘어지는 사이, 범죄 혐의를 받는 자들이 4년의 국회의원 임기나 지자체장 임기를 온전히 누린다. 법을 위반해 얻은 권력으로 세금을 쓰고, 정책을 결정하며, 다음 선거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야 나오는 구속이나 당선무효형 판결은 허탈함을 넘어 법치주의에 대한 실소(失笑)를 자아낸다.

사법부가 판결로 권력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판결의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권력의 유통기한을 연장해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재벌과 거대 권력의 경제범죄 재판은 또 어떠한가.

‘복잡한 증거관계’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진행되는 무한정의 재판 연기는,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특혜다.

하루벌어 하루 사는 일반 서민의 재판은 속전속결로 끝내면서, 김앤장이나 태평양 등 거대한 로펌을 등에 엎은 자들의 재판은 세월아 네월아 미뤄진다.

정작 처벌이 확정될 때쯤이면 '건강 악화'나 '국가 경제 기여'라는 단골 메뉴로 사면·복권의 길이 열린다.

법관들은 소송법상의 절차와 방어권을 핑계 대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을 어긴 시민은 엄하게 처벌하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법은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사법부의 특권의식이야말로 법치주의의 최대 적(敵)이다.

▲ 처벌 없는 강행규정은 국민을 우롱하는 기만이다.

선거범죄 재판 기한을 어길 경우 해당 재판부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직무유기에 준하는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조항은 법전 속에 갇힌 죽은 문자에 불과하다.

사법부가 스스로 정한 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언어도단이다.


필자는 법관의 재판 지연을 방지하고 법정 재판 기한을 강제하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재판을 빨리하라"는 권고를 넘어, 법관 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국가 차원의 보상 의무를 신설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들이다.

첫째, 재판 지연 시 국가가 당사자에게 보상하는 법안으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

재판이 대법원 규칙 등 법정 기한을 넘어 장기 지연될 경우, 소송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신속한 재판 진행을 공식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요청 후 6개월 이내에도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재판 지연에 따른 상급 법원에 금전적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취이는 재판 지연으로 인한 손해(이자 부담, 정신적 고통 등)를 국가가 보상하게 함으로써 사법부에 실질적인 재정적·행정적 압박을 주려는 취지다.

둘째, 법관 근무 평정 및 인사 불이익 연계 법안으로 ‘법원조직법 및 법관인사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판사의 인사 평정 항목에 '재판 기한 준수율' 및 '장기 미제 사건 처리율'을 필수 평가 지표로 반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들이다.

이는 재판을 이유 없이 연기하거나 연례적으로 기한을 넘기는 판사에 대해 연합 승진, 보직 배정, 연수 기회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 자율적인 신속 재판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셋째, 재판 지연 방지 전담 인력·기구 신설 법안으로 ’판사 정원 증원법‘ 제정이나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판사 부족이 재판 지연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법관 정원 수백 명을 단계적으로 대폭 늘리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판사 1인당 사건 부담량을 줄여 물리적으로 6·3·3 원칙 등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넷째, 집중심리제 강제 및 재판 절차 개정으로 ’형사소송법‘이나 ’민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변호인이나 피고인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무분별한 증인 신청, 기일 연기 신청 등)을 재판장이 의무적으로 기각하거나 통제하도록 권한과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이는 매주 또는 매일 재판을 열어 속전속결로 끝내는 '집중심리제'를 선거범죄 및 주요 경제범죄 사건에서 의무화하는 제도다.


위와 같은 입법 논의 과정에서의 현실적 걸림돌이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법안들이 매 국회마다 발의됨에도 통과나 집행이 쉽지 않은 이유는 법리적 충돌 때문이다.

첫째, 사법권 독립 침해 논란이 문제다.

재판 속도를 강제로 규제하거나 판사 개인을 제재할 경우, 판사가 유·무죄를 소신 있게 판단하기보다 속도전에 치중해 피고인의 방어권과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둘째, 입법부와 사법부의 주도권 싸움이다.

국회가 법원 내부 재판 절차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학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의원 상당수가 ’사씨 문중‘ 출신들이기 때문에 과도한 개입도 문제이지만 ’안일한 침묵‘도 이들만이 누려야 하는 금맥이다.

결국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외에도, 법원 내부 규칙(대법원 규칙) 개정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추진되는 '6·3·3 원칙 준수 권고 Card 작성' 및 '장기미제 사건 전담재판부 가동' 등 사법부 자체의 자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권마다 ’사법부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여러 개혁안이 있겠지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현된다면 국민이 늒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개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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