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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훈시규정 뒤에 숨은 국가 형벌권의 직무유기인 수사 지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6년 07월 19일 22시 55분
↑↑ 본지 발행인 겸 대한민국옴부즈맨총연맹 김형오 박사
ⓒ 옴부즈맨뉴스

지금 대한민국은 검찰의 수사보완권 존폐를 놓고 여야와 국민들이 심한 갈등에 놓여 있다. 집권당에서는 여기에 마치 ‘검찰개혁’의 화룡점정이라도 찍을듯한 기세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모두 문제는 상존한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고 악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257조, 그리고 경찰수사규칙 제21조는 엄연히 선언하고 있다. 고소·고발이 접수된 사건은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사법 현장에서 이 조항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이른바 ‘훈시규정(訓示規定)’이라는 면죄부 뒤에 숨어, 수사기관은 사건을 수개월에서 수년씩 묵혀두고 있으며, 심지어 고소인이 지쳐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 슬그머니 피고소인을 봐주는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적 지연’이 아니다. 국가가 독점한 형벌권을 남용하여 국민의 사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방조적 직무유기’이자,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사법 시스템의 폭력이다.

수사 지연이 가져오는 파괴력은 실로 엄중하다.

첫째, 시간은 가해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수사가 지체되는 동안 범죄 증거는 인멸되고, 참고인들의 기억은 왜곡되며, 피의자는 법망을 빠져나갈 알리바이를 맞출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된다.

둘째, 피해자의 일상은 송두리째 파괴된다. 가해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 피해자는 불안과 억울함 속에서 피를 말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는 법언은 오늘날 대한민국 수사 현장에서 매일같이 무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사법 지연을 뿌리 뽑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필자는 다음과 같이 그 대안을 제시해 본다.

1. '훈시규정'의 실질적 통제 장치 마련- 수사기한 초과 시 사유서 제출 의무화다.

수사기한 3개월이 강제력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면, 이를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가. 의무적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수사가 3개월을 초과할 경우, 담당 수사관과 검사는 수사 지연의 합리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기록하고 고소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해야 한다.

나. 법원·상급기관의 심사제도 도입이다.

정당한 사유서 제출 없이 기간을 넘긴 사건에 대해서는 상급 기관이나 사법 통제 기관이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심사하는 '수사지연 심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2. 수사관 1인당 적정 사건 수 제한 및 인력의 합리적 재배치다.

수사기관이 내세우는 가장 흔한 핑계는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 과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건 상한제(Caseload Cap) 도입을 해야 한다. 수사관 한 명이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의 최대 수치(적정 상한선)를 규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기동수사대나 인근 관서로 사건을 즉각 분산·이송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장 인력 증원 없는 절차 개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3. 직무태만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 기준 강화다.

현재로서는 의도적으로 사건을 방치하더라도 직무유기죄 처벌은 고사하고 내부 감봉이나 견책 수준의 경징계조차 드물다.

징계 양정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보완수사 요구를 고의로 해태한 수사관에 대해서는 '성실의무 위반'의 최고 수위를 적용해 강등, 정직 등 실질적인 중징계가 내려지도록 내부 규칙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

4. 사법 경찰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다각적 사법 통제 회복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이 생기면서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가 복잡해졌고, 사건은 양 기관 사이에서 끝없는 '핑퐁 게임'의 희생양이 되었다.

보완수사 기한을 법제화해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및 경찰의 이행 기한을 법률로 명확히 제한하여, 사건이 양 기관의 자존심 싸움이나 업무 미루기 속에서 공중에 뜨는 현상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고 사적 보복을 금지당하는 대가로 형벌권을 위임한 것은, 국가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정의를 실현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붙잡고 시간을 끌며 피고소인을 슬그머니 봐주는 작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행위다.

무엇 때문에 사건을 질질끌고, 서랍속에서 짧게는 5-6개월, 길게는 1-2년을 끌며 처분을 하지 않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소인측에서 볼 때는 마치 돈보따리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돈이 들어오면 슬그머니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비쳐진다. 사실 시간을 끄는 사건일수록 피소고인에게 유리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부지기수다.

수사기관은 이제 "업무가 많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변명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국회와 정부 역시 이 해묵은 병폐를 방치하지 말고, 신속한 수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브레이크를 즉각 장착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 많고, 인원이 부족하면 검사·경찰을 충원해야 한다. 정의의 생명은 '신속함'에 있다.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6년 07월 19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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