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도 투표권 주세요” 李대통령도 “왜 안 되나” 물었다…대법원에 묶인 투표권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 입력 : 2026년 06월 02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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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지방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찾은 삼청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 발달 장애인들이 모여 대통령에게 편지를 건넸다. (사진 = KBS방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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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옴부즈맨뉴스] 송삼화 취재본부장 = 6·3 지방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찾은 삼청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 발달장애인들이 모였다.
한 발달장애인이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건넸다. 다섯 장을 빼곡히 채운 이 손 편지엔, 발달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에 참여할 권리는 너무 먼 이야기니, 투표 권리라도 갖고 싶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이해하기 쉬운 공보물과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그림 투표용지 제공, 투표 보조인을 제공하라는 단 세 가지 요구였습니다. (중략) 대통령님의 어릴 적 소년공 시절, 그리고 경험하신 삶을 봤을 때 국민 주권 정부를 꼭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안에 발달 장애인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한 편지 중- 공직선거법은 만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선거권을 갖는다고 정하고 있다. 발달 장애인들에게도 당연히, 투표권이 있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대통령을 찾아 '투표하게 해달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발달 장애인들이 투표 과정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검은 글자만 빼곡한 투표용지…"보조인 허용해야"
발달장애인들은 낯설고 폐쇄된 공간에서 일상에서보다 큰 긴장감을 느낀다. 어려운 선거 공보물을 천천히 읽어 나가며 투표할 후보를 정하고, 투표소에 가기 전 종이에 도장을 찍는 예행연습까지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정작 기표소에 들어서면 머리가 하얘져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다. 내가 뽑으려고 머릿속에 정해둔 후보와, 글자와 숫자로만 가득한 투표용지 속 이름을 연결 짓는 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6항에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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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피플퍼스트에서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인 지원하라'는 캠페인을 벌리고 있다.(사진 = KBS방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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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이 투표하고 싶은 후보의 이름이 적힌 칸에 도장을 찍도록 돕는 '투표 보조인'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한다.
신체·시각 장애인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 시 이미 보조인의 조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에 '발달장애인'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투표소에서 보조인 동행을 막고 있다.
발달 장애인에게 시험용지를 내밀고 도장을 찍어보게 한 뒤, '보조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투표 보조를 막는 투표소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발달장애인의 투표율은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현저히 떨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대 대선에서 장애인 평균 투표율은 82.1%였지만, 발달장애인에 포함되는 지적장애인은 55.1%, 자폐성 장애인은 53.7%에 그쳤다.
▲ "투표 보조 거부는 장애인 차별" 판결에도…대법원 계류
이에 발달 장애인들은 지난 2023년 국가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발달장애인들의 투표 보조를 거부하는 것이 차별 행위라는 거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2024년 "투표 보조를 거부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체·시각 장애인들에게만 투표 보조를 허용한 위 조항에 발달장애인들을 배제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이들을 제외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발달장애인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만든 조항이라는 거다.
따라서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발달장애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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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년 국가를 상대로 "발달장애인들의 투표 보조를 거부하는 것이 차별 행위"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사진 = KBS방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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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판결 확정일 이후 원고들에게 가족 또는 원고들이 지명하는 2명의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고 선고했다.
문제는 아직도 이 판결이 '확정'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에 이 사건을 접수했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 "사진·로고 넣은 투표 보조용구 제공해야"…5년째 소송 중
대법원에 더 오래 계류 중인 또 다른 사건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투표 보조 용구'를 도입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발달장애인들은 글자와 숫자뿐인 투표용지를 이해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쉬운 투표용지'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 2022년, 후보자의 사진이나 정당의 로고가 들어간 쉬운 투표용지를 제공해 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각하했다.
발달 장애인들은 시각 장애인이 점자로 된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받듯, 투표 기표란이 뚫려 있고 투표용지 위에 겹쳐 쓸 수 있는 '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항소했다.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 등이 들어간 보조 용구를 제작해 투표용지 위에 겹쳐 사용하는 방식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024년 1심 판결을 뒤집고 발달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는 "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이 지난 날 이후 시행되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판결 역시 선관위가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에 이 사건을 접수해, 1년 반째 심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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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들이 참정권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KBS방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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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 투표권' 사건 모두 대법원 계류…결론 언제?
이 대통령은 발달 장애인들의 이런 요구사항을 듣고는 "돈은 얼마 안 들 것 같다"며 주진우 공공갈등조정비서관에게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와 왜 안 되는지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또 "시작을 하는 게 중요하니 본투표에서 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본투표 전날인 오늘까지 달라진 건 없다.
2022년 1월 소송을 제기한 뒤 모두 다섯 번의 선거가 지나갔다. 5년째 법원에 묶여있는 발달 장애인들의 참정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은 기표소 안에서 홀로, 글자와 숫자로만 가득한 투표용지를 마주하게 됐다. |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  입력 : 2026년 06월 02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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