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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김형오 박사 칼럼] 탈색된 어느 동창회의 자화상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2년 09월 27일 17시 39분
↑↑ 본지 발행인 겸 대한민국옴부즈맨총연맹 상임대표 김형오 박사
ⓒ 옴부즈맨뉴스

구 시월이 되면 축제의 빵빠레(팡파르)가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각급 학교, 향우회, 동창회 등에서 운동회, 체육회, 등산 등 온갖 모임이 즐비하게 펼쳐지는 시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모임에 다녀 와서 상처를 받고, 자신을 비관하거나 차별에 분함을 삭이지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순수해야 할 게마인샤프트가 게젤샤프트로 변질이 되어 그곳에서도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줄 세우고, 차별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정과 추억으로 점철되어야 할 동창회나 향우회가 몇몇 몰지각한 구성원들로 좌지우지되며 본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패거리들이 이곳에서 위세를 떨치며 장악하고 쓸거리를 찾아 동창회 기금을 야금야금 파먹는다.

최근 며칠 전 한 노파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지팡이를 짚고 얼른 봐도 장애인임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이유로 찾아오셨냐고 여쭈었다. 70남짓 한 남루한 옷을 걸친 노인은 큰 몸을 잘 겨누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눌한 말을 하며 몹시 상심에 젖어 있었다.

여직원이 차 한잔을 권하고 나자 본인이 뇌전증(간질) 장애1급 중증장애인인데 동창회에 나갔다가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하여 옴부즈맨에서 억울한 일을 해결해 준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노라고 하였다. 한동안 먼 산을 응시하며 북받쳐오는 설움을 애써 이겨내더니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첫 마디가 요즘 동창회도 돈으로 변색되어 있어 동창회에 나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동창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한쪽에 격리를 시키려 하더니 발언권은 물론이고, 의결에 참여했더니 “거기는 회원이 아니니까 투표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는 무색함을 당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전남 고흥 과역에 있는 모 중학교를 다녔고, 300여명이 함께 졸업을 했는데 수도권에 한 100여명이 살고 있으나 5-60명 정도만 동창회에 나가고 있다”고 했다.

“젊었을 때에는 종로에 있는 유명한 요식업 지배인으로 있어 당시 수 년동안 동창회 모임이 있을 때마다 초청을 하여 비싼 음식을 대접하였고, 어느 때는 봉급이 절반을 제하고 나오기도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년에 병이 들어 고단한 생활을 하다보니 회비도 못내고, 몸이 불편하여 행사에 자주 참가하기도 못했다“며 ”그렇다고 엄연한 동창생인데 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동창회원 명부에서 삭제했다는 이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말을 이어 ”젊은 날에는 동창회에 나오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중년이 넘어 자녀들 결혼시기가 다가오고, 부모님의 나이가 많아지자 여기저기서 나타나 초기에 수 십년동안 동창회를 이끌어오며 헌신하고, 봉사했던 동창들을 회비로 절단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동창회는 이 지구상에는 없을 것“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더구나 ”회비를 낸 사람을 회원으로 한다“는 회칙을 개정한 당시 회장이 아이러니하게도 동창회비 1100만원을 횡령하고 지금 두문불출하고 있으나 일부 패거리들이 추천해서 세운 회장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면서 회비 안 냈다고 동창회원을 박탈시키는 해괴망측한 동창회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런 현상이 어디 이 분이 속한 전라도 고흥 과역에 있는 한 중학교의 동창회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가치와 영혼이 실종된 채 금전만능이 이 지상의 최고 가치로 도치(倒置)되어 있는 한 이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창회나 향우회의 진풍경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동창회 친구를 흔히들 죽마고우(竹馬故友)나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불린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끼리끼리 어울리고 돈에 따라 이합집산이 되는 장거리 친구인 시도지교(市道之交)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 동창회에는 단 한 사람의 의학도(義學徒)도 없다는 말인지 참 서글픈 현상이다.

이를 세태라 부르기에는 너무 삭막하다. 친구야! 문화·관습·역사를 함께하며 불알친구로 3년간 한 교정에서 쌓아 왔던 우정의 닻을 이렇게 달고 가야 하니? 어려워서 회비조차 버거운 친구들을 그런 식으로 외면해야 하니? 백년 천년 살 것도 아닌데, 수백억 수천억 가져갈 것도 아닌데 고희의 나이에 어찌 그리 부끄러운 자화상을 일구어 가고 있니? 이제라도 수어지교나 막역지우로 우리 함께 가자! 같이 가자!
옴부즈맨 기자 / ombudsmannews@gmail.com입력 : 2022년 09월 27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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