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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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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로에서 지하철로 가던 중 어느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한 청년이 편의점에서 나와 ‘장기표 선생님이시죠. “제가 선생님 책을 가장 많이 읽었을 겁니다”라고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듯이 말이다.
졸지에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내 책을 읽었다는 것도 기이할 정도인데, ‘제가 선생님 책을 가장 많이 읽었을 겁니다’라고 말하니,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그렇건 저렇건 ‘나는 장기표입니다. 어떻게 해서 내 책을 읽게 되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나를 그 편의점 안으로 안내했다.
편의점에 들어서자말자 “제가 열일곱살 때 선생님이 쓰신 ‘대통령님 나라 팔리는 소리가 들립니다’라는 책부터 선생님이 쓴 책은 다 읽었을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오늘도 십여페이지를 읽고 일하러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 책을 어떻게 해서 읽게 되었느냐’라고 물었더니,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읽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쓴 책들의 제목을 쫙 나열했다.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선생님께서는 정치는 사랑의 사회적 실천이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이 맞다고 보지만 저는 정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 내 책을 읽은 것 아닐까 싶어 그렇게 물었지만 얼핏 보아도 정치를 할 젊은이는 전혀 아니었다. 나는 ‘정치는 사랑의 사회적 실천이요 사회적 실현이다’라고 내 책에 쓴 일이 있는데 이 젊은이가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돈을 벌어 기원을 차릴 생각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바둑을 좋아하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말했는데, 바둑을 상당히 잘 두는 것 같았다.
편의점에 들어오는 손님이 많아 대화가 지속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돈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돈 안 받으면 되느냐’라고 해서 받게 했다.
그런데 그제 밤에 어쩌다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집에 오자마자 문자 메시지로 ‘내 책의 내용이 좋아서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얻은 것이 아니고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정성껏 여러 번 읽는 그 마음 덕분에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느니라’라는 성경말씀을 상기시켰다.
새벽에 일어나 문자메시지로 온 답신을 보니 이러했다. “존경하는 선생님, 오늘 감동적인 만남이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빛나는 통찰과 혜안도 이유이지만 선생님의 글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듯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위치에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며 수고하겠습니다. 사랑과 진리탐구는 같은 것이니 말입니다. 제가 지금은 돈도 모아야 하고 해서 평일 주말 바쁘지만 자리가 잡히면 꼭 선생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그래서 이런 답신을 보냈다.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내 책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읽었다면 글을 쓴 내 마음을 온전히 읽었군요. 그러나 정확히 따지면 내 책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허 군의 따듯한 사랑이 허 군으로 하여금 그것을 읽게 했고, 그 속에서 지혜와 통찰과 해방을 얻게 한 겁니다. 어제 나는 진정한 자유인을 만나 기뻤답니다.’라고.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으니, 한편 상당한 보람을 느끼면서도, 그런데도 세상을 바꾸려 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부끄러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물론 ‘잘 살아야지’하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글 장기표 바로뉴스 발행인 겸 옴부즈맨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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