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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선 저 가로수는 `조팝나무`인가, `이팝나무`인가
2016년 05월 01일 [옴부즈맨뉴스]

진달래와 철쭉이 한바탕 산천을 붉게 물들이는가 했더니 이제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산딸나무 등이 흰꽃을 수북하게 달고 있다.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가 오묘하기만 하다.

조팝나무는 키낮은 관목으로 이팝나무보다는 좀더 일찍 꽃이 피고 진다. 그 뒤를 이어 키큰 이팝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어제 대전을 갔더니 한밭대로에 잘생긴 가로수들이 하얀 꽃을 온몸 가득 안고 서 있었다. 이팝나무 가로수들이다. 예전에는 산에서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조팝나무는 키가 작고 이팝나무는 키가 크기 때문에 가로수로 심는 나무는 이팝나무이다.

조팝나무는 '조밥'에서 나왔을 것이고 이팝나무는 '이밥'에서 나왔을 것이다. '조밥'은 좁쌀로 짓거나 좁쌀과 멥쌀을 섞어 지은 밥을 가리킨다. '이밥'은 찹쌀이나 잡곡이 아닌 멥쌀로 지은 밥, 즉 하얀 쌀밥이다. 그러므로 이팝나무는 쌀밥나무이다.

꽃을 가득 달고 선 이팝나무를 보노라면 쌀밥나무가 틀림없다. 지난 가을 수확한 곡식도 다 떨어지고 아직 보리가 익지도 않은 시기(보릿고개)에 피는 이팝나무꽃을 보면서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쌀밥이 그리웠을까.
저 수북히 달린 꽃들이 모두 이밥이었으면.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어가는 사람들의 허망하면서도 간절한 바람이었을 게다. 그래서 이팝나무 꽃에는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진달래꽃을 '참꽃'이라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 하는 것도 보릿고개의 아픔과 관련이 있다. 진달래꽃은 독성이 없어서 먹을 수 있으니 '참꽃'이요 철쭉은 꽃잎에 끈적한 진액이 배어나고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빛깔은 고와도 '개꽃'인 것이다.

말은 그 말을 사용하는 언중의 사상과 감정을 반영한다. 이팝나무, 참꽃, 개꽃에는 보릿고개를 넘어가는 우리 선조의 생활상이 투영되어 있다. 하얀 쌀밥을 이고 선 이팝나무 가로수를 바라보노라면 아름다움과 서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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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기자  ombudsma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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